후쿠오카와 유후인을 잇는 초록색 관광열차, 유후인노모리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여행 자체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후쿠오카와 유후인을 왕복하며 탑승했던 유후인노모리의 매력을 솔직하게 전합니다.
첫 인상, 초록빛 숲으로 들어가는 설렘
하카타역에서 유후인노모리를 처음 마주했을 때 동글동글한 앞모습과 진한 초록색 외관이 마치 숲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졌습니다. 열차 이름처럼 ‘유후인의 숲’에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 그리고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일본 농촌과 계곡, 작은 마을 풍경이 여행의 설렘을 더해줬습니다. 예전 강원도 기차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소박한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좌석과 공간, 단순한 이동을 넘어선 여행의 무드
유후인노모리 내부는 원목과 초록색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좌석은 넓고 쾌적하며 대형 창문 덕분에 어디에 앉아도 풍경을 감상하기 좋았습니다. 특히 1호차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는 전면 유리창으로 운전석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어 한 달 전 오픈런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저는 일주일 전에 예약해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기관사가 조작하는 모습과 터널을 지나는 풍경이 색다른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다만 인기 좌석은 사진을 찍으러 사람들이 자주 오가니 완전한 프라이빗함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좌석마다 테이블이 있어 도시락(에키벤)이나 간식을 즐기기에 편했고 승무원이 돌아다니며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차 안의 즐거움 – 벤또, 기념품, 그리고 작은 이벤트
열차 내에는 식당칸이 따로 있진 않지만 매점에서 간식과 음료, 아이스크림 그리고 유후인노모리 한정 기념품을 판매합니다. 저는 하카타역에서 도시락을 미리 사서 기차 안에서 먹었는데 창밖 풍경을 보며 먹는 에키벤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유후인노모리 한정 사이다와 맥주 그리고 유명한 비스피크 롤케이크도 매점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매점이 붐빌 때는 승무원이 카트를 끌고 좌석을 돌며 간식과 기념품을 판매하니 자리에서 편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승무원이 오늘 날짜가 적힌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며 무료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가 있습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특별한 여행의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여행의 만족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유후인노모리만의 감성 – 흔들림, 소음, 그리고 여행의 여유
유후인노모리는 최신 고속열차와 달리 디젤엔진 특유의 울렁거림과 소음이 있습니다. 승차감이 완벽하진 않지만 오히려 이런 옛 감성이 여행의 낭만을 더해준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나라 지하철보다 더 덜컹거릴 때도 있지만 멀미가 심하지 않은 분이라면 오히려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일본 전원 풍경, 계곡과 폭포, 논밭과 작은 역들을 천천히 지나는 동안 2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하카타의 도시적 분위기와 유후인의 시골 감성이 기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유후인노모리 vs 유후특급 – 직접 타보고 느낀 차이
이번 여행에서는 후쿠오카와 유후인을 왕복하며 유후인노모리와 유후특급(빨간색 열차) 두 가지 모두를 타봤습니다. 유후인노모리는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특징이고 유후특급은 우드톤의 클래식한 감성이 강합니다. 승차감은 둘 다 비슷하게 울렁거림이 있지만 유후인노모리 쪽이 더 쾌적하고 이벤트가 많아 여행의 재미가 더 컸습니다. 두 열차 모두 창밖 풍경은 비슷하지만 유후인노모리의 기념품, 식음료, 사진 이벤트 등은 확실히 차별화된 경험을 줍니다.
기차 안의 인연과 작은 감동
유후인노모리 열차를 탈 때 옆좌석에 현지인 할머니가 계셔서 이동하며 서툰 일본어로 몇마디 대화를 나눴습니다. 할머니는 매년 이 열차를 타고 유후인 온천에 다녀오신다며 창밖 풍경이 계절마다 얼마나 달라지는지 설명해주셨습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초록 논밭,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펼쳐진다고 하셨죠. 제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아 100%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외국인에게 정성스레 설명해주시는 모습만으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직접 싸오신 주먹밥도 나눠주셔서 저도 한국에서 가져온 한과를 건넸더니 정말 소녀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이런 우연한 만남이야말로 혼자 여행할 때만 누릴 수 있는 기차 여행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티켓 예약과 명당자리
유후인노모리는 인기가 많아 한 달 전 예약 오픈과 동시에 좌석이 마감될 정도입니다. 특히 1호차 맨 앞/뒷자리는 오픈런을 노려야 하고 일반 좌석도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JR큐슈 공식 홈페이지나 역 내 자동발매기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JR패스 소지자도 지정석은 별도 예약이 필요합니다. 창가 쪽(C, D열) 좌석이 풍경을 더 잘 볼 수 있으니 예약 시 참고하면 좋습니다. 하카타역에서 도시락을 미리 사두거나 유후인노모리 한정 도시락을 예약해 특별한 식사를 즐기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열차 내에서는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며 쓰레기는 꼭 지정된 곳에 버려주세요. 여행의 매너를 지키는 것도 일본 기차 여행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유후인노모리의 진짜 가치
유후인노모리 열차는 단순히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차 안에서부터 일본 여행의 감성과 여유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창밖 풍경, 도시락, 기념품, 승무원의 환대 그리고 옛 감성이 살아있는 공간까지. 가족, 연인, 친구는 물론 혼자 여행하는 분께도 추천할 만한 열차입니다. 다음에 규슈를 여행한다면 또 한 번 유후인노모리의 초록빛 창밖을 바라보며 느긋한 기차여행을 즐기고 싶습니다.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할 때 느껴지는 아쉬움과 또 다시 이 열차를 타고 싶다는 기대감이 여행의 여운으로 오래 남았습니다. 유후인노모리는 ‘이동’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라는 걸 직접 경험하며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