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바다, 산, 시장이 어우러진 도시답게 다양한 먹거리의 천국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단순히 유명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직접 방문해보고 느낀 현지의 분위기와 맛, 차별점을 중심으로 세 곳의 맛집을 골라봤습니다. 저희 경험과 개인적인 해석을 더해 솔직하게 소개합니다.
청초수물회 – 바다와 호수를 한 번에 맛보다
속초에서 물회 맛집을 찾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청초수물회 본점입니다. 청초호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창밖으로 호수와 바다가 동시에 펼쳐지는 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방문했더니 이미 대기줄이 길었지만 회전율이 빨라 생각보다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 메뉴인 물회는 새콤달콤한 육수에 싱싱한 회와 문어, 멍게, 날치알이 푸짐하게 들어가 한 그릇만으로도 속초의 바다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해전물회를 주문했는데 활전복이 통째로 올라가 있어 비주얼부터 감탄이 나왔고 사골육수 베이스라 감칠맛이 남달랐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청초호 산책로를 걷다 보니 속초의 여유와 신선한 바다의 맛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물회에 대한 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준 곳이었습니다.
88생선구이 – 숯불에 구운 전통의 깊은 맛
속초 중앙시장 근처에 있는 88생선구이는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로컬 생선구이 전문점입니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곳이라 평소에도 웨이팅이 긴 편인데 저녁시간을 피해 방문하니 비교적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생선구이는 바닷가에서 갓 잡은 싱싱한 생선을 숯불에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혀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등어, 임연수, 가자미, 꽁치 등 다양한 생선이 한 상에 오르는데 밑반찬도 정갈하게 잘 나와 밥 두 그릇은 기본입니다. 특히 솥밥과 함께 먹는 생선구이는 집밥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고 시장통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까지 더해져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생선구이와 비교하면 재료의 신선함과 숯불의 깊은 향이 확실히 차별화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감나무집 감자옹심이 – 속초의 소박한 온기
속초 중앙시장 인근에 위치한 감나무집 감자옹심이는 3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감자옹심이 전문점입니다. 여행 첫날 아침 시장 산책을 하다 웨이팅 줄을 보고 호기심에 들렀는데 구수한 감자옹심이와 담백한 오징어순대의 조합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자와 전분으로 만든 옹심이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속초의 소박한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옆 테이블 현지 어르신은 “속초 사람들은 감자옹심이로 아침을 시작한다”며, 오징어순대와 함께 먹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프랜차이즈 분식집과 달리 이곳은 진한 국물과 손맛이 살아 있어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든든함과 따뜻함이 오래 남았습니다. 시장의 활기와 소박한 한 끼의 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속초 맛집의 진짜 가치
이번 여행에서 만난 속초의 맛집들은 단순히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찾고 여행자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방문하는 곳. 그곳에서 직접 줄을 서고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음식의 진짜 맛과 분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 청초수물회에서의 시원한 바다, 88생선구이에서의 숯불 향, 감나무집에서의 소박한 온기까지. 각각의 식당이 주는 경험과 감동이 모두 달랐습니다. 프랜차이즈나 SNS 핫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초만의 진짜 맛과 정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맛집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특별한 순간
청초수물회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옆 테이블에 혼자 여행 온 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는 매년 속초에 와서 꼭 이곳에서 물회를 먹는다며 “여기 물회는 계절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알려줬습니다. 덕분에 다음엔 봄과 가을에도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8생선구이에서는 시장에서 장을 본 현지 아주머니가 “여기 생선은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맛과 똑같다”며 솥밥에 간장 한 방울 떨어뜨려 먹는 비법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한 숟갈에 담긴 깊은 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감나무집 감자옹심이에서는 옹심이를 다 먹고 나오는 길에 주인 할머니가 “멀리서 왔으면 감자떡도 맛보고 가라”며 작은 떡을 건네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손길이 여행의 피로를 녹여주는 듯했습니다. 이런 소소한 만남과 대화가 속초 맛집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속초 맛집을 제대로 즐기는 나만의 팁
- 점심·저녁시간 웨이팅이 길 수 있으니 오픈 시간이나 브레이크타임 직후를 노려보세요.
- 시장 인근 맛집은 식사 전후로 시장 산책을 함께 하면 현지 분위기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 감자옹심이, 물회, 생선구이 등 속초 대표 메뉴는 각각의 전문점에서 꼭 한 번씩 경험해보세요.
- 현지인에게 추천을 부탁하거나 옆 테이블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 더 풍성한 여행이 됩니다.
- 포장이나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니 숙소에서 바다를 보며 먹는 것도 추천합니다.
- 시장이나 바닷가 인근은 주차가 혼잡할 수 있으니 대중교통이나 도보 이동도 고려해보세요.
- 생선구이와 물회는 계절마다 재료가 달라지니 계절별로 방문하면 새로운 맛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맛집 투어의 끝, 그리고 다시 떠나고 싶은 속초
속초의 맛집을 돌아다니며 느낀 건 음식 그 자체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정성과 도시의 분위기가 여행의 기억을 더 깊게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바다와 산, 시장과 골목, 그리고 맛있는 한 끼가 어우러진 속초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식도락을 넘어 진짜 여행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다음에 속초를 찾는다면 또 어떤 맛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속초는 한 번의 여행으로 다 담기 힘든 깊고 넓은 맛의 도시임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