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을 여러 번 다녀봤지만, 보홀을 자유여행으로 경험한 이번 여행은 그 어떤 패키지보다도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유명 관광지와 리조트에서 벗어나 현지의 삶과 자연을 모두 담아온 보홀에서의 며칠을 솔직하게 기록해봅니다.
공항을 벗어나 만난 섬의 리듬
보홀 팡라오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서울과는 전혀 다른 한적함이 느껴졌습니다. 삼륜차(트라이시클)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 바다 냄새와 시골길 풍경이 여행의 시작을 특별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세부 막탄과 비교하면 보홀은 훨씬 소박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로컬 식당에서 망고쉐이크와 현지식 바비큐를 먹으며 “이제 진짜 여행이 시작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콜릿 힐, 사진보다 더 인상적인 풍경
보홀의 대표 명소 초콜릿 힐은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신비롭습니다. 오토바이를 렌트해 아침 일찍 출발했더니 전망대를 거의 혼자 독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안개가 걷히며 드러나는 1,200여 개의 언덕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줍니다. 건기에는 언덕이 갈색으로 변해 ‘초콜릿’이라는 이름이 실감났고 해질 무렵의 일몰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만난 현지인은 “비 오는 날엔 언덕이 더 진한 색으로 변한다”며 계절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고 알려줬습니다.
팁: 오토바이나 트라이시클을 렌트하면 초콜릿 힐과 주변 시골 풍경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타르시어 보호구역에서 만난 작고 소중한 생명
타르시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로 보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동물입니다. 보호구역에 들어서자 숲속의 고요함과 함께 나뭇가지에 매달린 작은 타르시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동물을 직접 만나는 순간 여행의 설렘이 배가됐습니다. 일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타르시어의 습성과 보존 노력에 대해 알게 됐고 단순한 관광이 아닌 생태 체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세부의 화려한 해양 액티비티와는 달리 보홀에서는 이렇게 자연과 생명을 가까이서 만나는 경험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복강, 뱃길 위에서 만난 현지인의 삶
로복강에서는 유람선 대신 작은 카약을 빌려 천천히 강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강 양쪽으로 펼쳐진 야자수와 조용한 마을 풍경 그리고 현지 아이들이 강에서 수영을 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평화로웠습니다. 강변에 자리한 작은 식당에서 로컬식 점심을 먹으며 현지인과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남습니다. 또 한 번은 로복강 크루즈에 탑승해 라이브 음악과 뷔페 식사를 즐겼는데 강 위에서 현지 전통 춤 공연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세부의 유명 리조트에서 즐기는 럭셔리함과 달리 보홀의 로복강에서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여행자의 시선이 모두 어우러졌습니다.
알로나비치, 낮과 밤이 다른 두 얼굴
보홀의 해변 중 가장 유명한 알로나비치는 낮에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 모래, 밤에는 해변가 레스토랑과 라이브 음악이 어우러진 활기찬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낮에는 스노클링과 해변 산책, 저녁에는 현지 맥주와 해산물 요리를 즐겼습니다. 세부 막탄의 북적이는 해변과 비교하면 알로나비치는 조금 더 자유롭고 여행자와 현지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해변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보홀에서 꼭 해봐야 할 이색 액티비티
보홀에는 초콜릿 힐, 타르시어 보호구역, 로복강 크루즈 외에도 놓치면 아쉬운 액티비티가 많습니다. 히낙다난 동굴에서 동굴 수영을 하거나 파밀라칸 섬에서 돌고래 투어와 스노클링을 즐기는 것도 추천합니다. 특히 나팔링 포인트에서는 정어리 떼와 산호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스노클링 마니아라면 꼭 들러야 할 명소입니다. 저는 동굴 수영에 도전했다가 처음엔 망설였지만 맑은 물과 신비로운 동굴 풍경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이런 모험은 패키지여행으로는 느끼기 힘든 자유여행만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히낙다난 동굴, 나팔링 포인트, 파밀라칸 섬 투어는 현지 여행사나 숙소에서 쉽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보홀 맛집 –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모두 담다
보홀 자유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 중 하나는 다양한 맛집을 직접 찾아다니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미식 여행을 즐기거든요! 해산물 요리를 좋아한다면 레드크랩 보홀과 점보크랩을 추천합니다. 이곳에서는 신선한 머드크랩을 직접 고르고 칠리크랩, 블랙페퍼크랩, 마늘버터크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점보크랩에서 갈릭버터새우와 게 요리를 먹었는데 신선도와 양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예약 시 숙소 무료 픽업도 제공해 이동이 편리했습니다.
한식이나 퓨전요리가 그리울 때는 빠우(Barwoo)가 딱입니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이곳은 깔끔한 분위기와 퀄리티 높은 음식으로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인기입니다. 바질파스타, 스테이크, 코코넛커피, 망고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메뉴가 있어 입맛이 까다로운 분께도 추천합니다.
로컬 바베큐와 필리핀식 해산물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게리스 그릴(Gerry’s Grill)도 꼭 들러보세요. 돼지고기 바베큐와 오징어 요리가 특히 유명하고 알로나비치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해 전망도 좋습니다.
건강식이 당길 땐 보홀 비 팜(Bohol Bee Farm)에서 유기농 샐러드와 허니 바질 치킨, 허니 아이스크림을 맛보세요.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한 끼를 즐길 수 있어 현지인도 자주 찾는 곳입니다.
추천 숙소 – 여행 스타일별 보홀 베스트
보홀은 숙소 선택에 따라 여행의 만족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럭셔리한 리조트를 원한다면 헤난 리조트 알로나 비치를 추천합니다.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해 객실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고 대형 수영장과 다양한 부대시설, 조식도 훌륭합니다. 직원들의 서비스도 친절해 가족, 커플 모두 만족할 만한 곳입니다.
가성비 좋은 숙소를 찾는다면 알로나 노마드 리조트가 좋습니다. 알로나비치에서 도보 5분 거리로 위치가 뛰어나고 객실이 깔끔하며 조용한 분위기라 혼자 여행하는 분이나 친구끼리도 추천합니다.
프라이빗 해변과 넓은 수영장, 무료 카약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보홀 비치 클럽(Bohol Beach Club)이 인기입니다.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특히 평이 좋고 합리적인 가격에 리조트 분위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아늑한 분위기와 넓은 객실, 합리적인 가격을 원한다면 팜스 코브 리조트(Palms Cove Resort)도 추천할 만합니다. 알로나비치와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고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분께 적합합니다.
여행 중 만난 특별한 순간 – 보홀의 진짜 매력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알로나비치 해변 산책 중 우연히 현지 예술가와 대화를 나누게 된 일이었습니다. 그는 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저에게 직접 만든 조개 목걸이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처음엔 돈을 달라고 하는 건 줄 알고 지갑을 찾았는데 그냥 주고 싶어서 주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잠시 앉아 그림 그리는 과정을 구경하고 서로의 나라와 예술, 바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언어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미소와 손짓, 그리고 소소한 선물 하나로도 충분히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런 현지인과의 짧지만 순수했던 만남이 여행의 깊은 감동을 더해줬습니다.
보홀 자유여행, 나만의 해석과 팁
- 오토바이나 자전거 렌트로 직접 섬을 누비면 패키지로는 만날 수 없는 풍경과 사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관광지뿐 아니라 현지 시장과 작은 마을, 로컬 식당을 적극 이용해보세요. 진짜 보홀의 일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계절과 날씨에 따라 초콜릿 힐, 해변, 강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니 여행 시기를 잘 선택하면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 현지인과의 짧은 대화와 소소한 만남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행의 감동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옵니다.
- 세부와 비교하면 럭셔리함은 덜하지만 자연과 사람, 그리고 여유를 더 깊이 느끼고 싶은 분께 보홀 자유여행을 추천합니다.
다시 떠나고 싶은 보홀
보홀에서의 자유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느리고 깊게 섬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유명한 패키지 여행지와 비교하면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더 많은 감동과 여운이 남았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한 번 보홀의 바람과 풍경 그리고 현지인과 나눈 미소를 떠올렸습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보홀에서 자신만의 여행 이야기를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짜 여행의 가치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